· Davie · 4분 읽기
우리 가족만 보는 캘린더 하나 만들었더니 생긴 일
냉장고 달력, 단톡방 공지, 구글 캘린더 공유까지 다 해봤는데 가족 캘린더는 세 번 망했어요. 우리 여섯 명만 들어오는 공간 하나 만들고 넉 달 써보니 "몇 시였지?" 전화가 사라지고 엄마가 직접 일정을 넣기 시작했어요. 전엔 안 되던 게 뭐가 됐는지 하나씩 적어봤어요.
우리 가족만 보는 캘린더 하나 만들었더니 생긴 일
"토요일에 엄마 병원 가는 거 다들 알지?"
월요일 아침에 제가 가족 단톡방에 올린 말이에요. 그리고 토요일 아침, 동생한테 전화가 왔어요.
"형, 병원 몇 시였지?"
그 사이 단톡방엔 뭐가 있었냐면요. 조카 사진 40장, 유튜브 링크 세 개, 그리고 "저녁 뭐 먹지". 월요일의 공지는 이미 저 위 어딘가로 떠났죠.
솔직히 저희 집도 노력 안 한 건 아니에요. 냉장고에 종이 달력도 붙여봤고, 단톡방 공지도 걸어봤고, 구글 캘린더 공유도 해봤어요. 근데 종이 달력은 집에 있는 사람만 보고, 단톡방 공지는 사진에 밀려 사라지고, 구글 캘린더는 부모님이 끝내 못 들어오셨어요. "로그인이 안 된다"는 전화를 세 번 받고 포기했습니다.
그래서 오늘은 우리 가족만 보는 캘린더 얘기를 해보려고요. 넉 달째 쓰고 있는데, "아 이건 전엔 안 됐지" 싶은 것들이 꽤 쌓였거든요.

제 달력이에요. 살구색이 우리집인데 엄마·동생이 적은 것까지 다 있고, 파란 건 러닝 크루, 자물쇠 붙은 건 저만 보는 일정이에요.
단톡방 공지는 잊혀져요.
단톡방은 원래 수다 떠는 데잖아요. 일정을 올려도 다음 사진 한 장이면 위로 밀려요. 공지로 걸어놔도 결국 "몇 시였지?"는 다시 물어보게 되더라고요.
지금은 '우리집'이라는 공간을 하나 만들어놓고 거기에 일정을 적어요. 저, 아내, 부모님, 동생. 딱 우리 여섯 명만 들어와 있어요. 여기 적은 일정은 어디로 안 가요. 그 날짜에 그대로 있어요. 누가 새로 뭘 적으면 나머지한테 알림이 가니까, 단톡방에 "캘린더 봐~" 하고 따로 쓸 일도 없고요.
제일 걱정했던 건 부모님이었는데요. 이게 생각보다 싱거웠어요. 초대 링크 보내드리면 누르고 로그인하면 끝. 아버지는 링크 누르는 걸 귀찮아하셔서 6자리 코드를 전화로 불러드렸는데, 그게 더 편하다고 하시더라고요. 구글 캘린더 때 세 번 전화 받던 거 생각하면 감격이었죠.

우리집 멤버 목록이에요. '초대하기'를 누르면 링크랑 6자리 코드가 같이 나와요.
"이거 회사 사람도 보이는 거 아냐?"
구글 캘린더 공유를 접은 건 기능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해서였어요. 공유할 때마다 "이거 공개로 잘못 누른 거 아니지?"를 한 번씩 확인하게 되더라고요. 애들 사진 올릴 때는 더 신경 쓰이고요.
지금 쓰는 공간은 초대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어요. 검색되는 곳도 아니고 추천되는 곳도 아니라서, 우리집 공간에 있는 건 우리집 사람만 봐요. 이게 생각보다 마음이 편해요.
그리고 공간마다 일정·사진·글을 "사용 안함 / 보기만 / 함께 쓰기" 중에 정할 수 있는데요. 저희는 부모님 계신 우리집 공간은 일정은 다 같이 쓰고 사진은 보기만 하시게 해놨어요. 아내랑 둘이 쓰는 아이들 공간은 사진까지 전부 같이 쓰고요. 한 번 정해놓으면 그다음엔 신경 끄면 돼요.

공간마다 일정·사진·글 권한을 따로 정해요.
"봤어?" "했어?" 이거 그만 물어보고 싶었어요
종이 달력이든 단톡방이든 제일 답답한 건 적고 난 다음이에요. 다들 봤는지, 그 일이 끝났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결국 전화하게 되거든요.
지금은 일정마다 누가 적었는지 이름이 붙어요. 그리고 완료 체크가 가족한테 같이 보여요. 엄마 약 타오기 일정에 체크가 돼 있으면 "약 타왔어?" 안 물어봐도 되죠. 매주 반복되는 일정은 그날 것만 체크되니까, 이번 주 했다고 다음 주까지 끝난 걸로 되는 일도 없고요.
그리고 이건 진짜 사소한 건데 의외로 제일 자주 써요. 이모지 반응이요. 동생이 "토요일 본가 방문" 올리면 저는 👍 하나 눌러요. 단톡방에서 "ㅇㅋ" 치던 걸 일정 위에서 하는 건데, 대화가 안 쌓여서 좋더라고요. 엄마는 ❤️만 누르세요.

22일을 누르면 이렇게 보여요. 끝난 건 체크돼 있고, 👍2 ❤️1 은 가족이 누른 거예요.
알림 때문에 부부싸움 안 해도 돼요
구글 캘린더 같이 쓸 때 은근히 다퉜던 게 알림이에요. 제가 "1시간 전"으로 바꾸면 아내한테도 1시간 전에 울리고, 아내가 "전날 저녁"으로 바꾸면 저는 전날 저녁에 깜짝 놀라고. 한 일정에 알림이 하나니까요.
지금은 일정 날짜랑 시간은 같이 쓰는데, 알림은 각자 정해요. 어린이집 행사 아내는 전날 저녁에, 저는 당일 아침에 받아요. 누가 자기 알림 바꿔도 남의 건 안 바뀌어요. 당연한 것 같은데 이게 되는 캘린더가 잘 없더라고요.
앱 잘 안 여는 가족한텐 홈 화면 위젯이 답이었어요. 아버지 폰에 월간 위젯 깔아드렸더니, "앱 열어보세요" 안 해도 위젯에서 이번 주 일정 보고 계시더라고요.

날짜를 누르면 '내 알림'이랑 '반복'이 나와요. 내 알림은 바꿔도 내 것만 바뀌어요.
음력 생신, 이제 연초에 안 찾아봐요
저희 집은 엄마 생신이랑 할머니 제사가 음력이에요. 매년 1월이면 달력 넘기면서 올해 양력 날짜 찾아서 단톡방에 올리는 게 제 일이었어요. 한 번은 하루 잘못 적어서 온 가족이 하루 일찍 모인 적도 있어요. 그날 분위기는 상상에 맡길게요.
지금은 기념일을 음력으로 등록해놓으면 해마다 양력 날짜로 알아서 바뀌어요. 일주일 전, 하루 전에 알림도 오고요. 가족 기념일은 D-day 순서로 쭉 보이니까 "다음에 뭐 챙기지?"도 안 헷갈려요. 공휴일도 기본으로 들어 있고, 갑자기 생기는 임시공휴일도 앱 업데이트 없이 반영돼요.

기념일은 D-day 순으로 모여요. 엄마 생신은 음력 7.15 로 넣어두면 끝이에요.
내 약속은 나만, 회사 일정은 살짝 겹쳐서만
근데 가족 캘린더 오래 쓰려면 반대로 안 보여주는 방법도 있어야 해요. 치과 예약이랑 친구 약속까지 가족 달력에 올리긴 싫잖아요.
계정 만들면 혼자 쓰는 개인 공간이 기본으로 생겨요. 여기 적은 건 제 달력엔 가족 일정이랑 나란히 보이는데, 가족한텐 애초에 없는 일정이에요. 공간마다 색이 달라서 뭐가 가족 거고 뭐가 제 건지 한눈에 갈리고요.
회사 일정은요, 구글 캘린더에 그냥 두고 있어요. 대신 캘린더 구독으로 제 달력 위에 겹쳐서 봐요. 계정 연결 이런 거 없이 캘린더 주소만 붙여넣으면 끝이에요. 구글, 아이클라우드, Outlook 다 되고요. 겹쳐 보이는 일정은 흐리게 배경처럼 깔려서 가족 일정이랑 안 헷갈리고, 가족한텐 안 보여요. "회사 일정 때문에 가족 캘린더 못 쓰겠다"는 핑계가 없어졌어요.

마이 → 캘린더 구독. 구글·Outlook·애플 중에 고르고 주소만 붙여넣으면 돼요.
엄마는 이제 말로 일정 넣으세요
엄마는 폰으로 글자 치는 걸 진짜 싫어하세요. 그래서 일정 적는 걸 계속 저한테 미루셨는데요. 말로 일정 만들기 알려드린 뒤로는 직접 넣으세요.
화면 아래 + 누르고 마이크 누르고 "다음 주 수요일 오후 2시 치과" 하면 날짜랑 시간 채워진 일정을 추천해줘요. 확인만 누르면 끝. 한 번에 여러 개 말해도 각각 나눠주고요. 엄마가 처음 성공하시고 "어머 이게 되네" 하셨던 게 아직 기억나요.

말하면 이렇게 정리돼요. 공간 정하고 '추가하기' 누르면 끝이에요.
일정 옆에 그날 사진이 남는 것도
이건 지난 글에서도 썼는데 빼기가 아쉬워서요. 본가 다녀온 날 같은 날짜에 사진 몇 장 올려두면, 나중에 그날 열었을 때 일정이랑 사진이 같이 나와요. 단톡방 사진은 찾기도 어렵고 어느 날 만료돼 있잖아요. 여긴 날짜에 붙어 있으니까 "작년 추석에 뭐 했더라?"가 바로 나와요. 부모님은 사진 안 올리셔도 소식 탭에서 손주 사진 보고 좋아요 눌러주세요. 그거면 충분하죠.
그래서, 넉 달째예요
거창한 변화는 없어요. 근데 단톡방에서 "몇 시였지?"가 사라졌고, 연초에 음력 생신 찾아보는 일이 없어졌고, 엄마가 직접 일정을 넣기 시작했어요.
돌아보면 가족 캘린더가 세 번이나 망했던 건 "적는 게 귀찮아서"가 아니었던 것 같아요. 우리끼리만 편하게 쓸 곳이 없어서였어요. 누구까지 보이는지 신경 안 써도 되고, 봤는지 했는지 다시 안 물어봐도 되고, 내 약속은 나만 보면서 가족 일정은 같이 보는 곳. 그게 생기니까 계속 쓰게 되더라고요.
혹시 가족이랑 쓸 캘린더 찾고 계시면 한번 써보세요. 무료예요.